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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판

핀리핀 교민피살 공조수사로 급파된 한국경찰 증거 줄줄이 찾아내

핀리핀 교민피살 공조수사로 급파된 한국경찰 증거 줄줄이 찾아내

 

50대 교민 피살사건 공조수사를 위해 필리핀에 급파된 한국 경찰 수사팀이 불과 사흘만에 새로운 단서를 무더기로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

 

필리핀 경찰의 확인을 이미 거친 현장과 증거물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끝에 용의자들이 탑승한 차량을 찾아내고, 실탄도 추가로 발견했으며, 경찰청은 이 사건이 단순 강도살인이 아니라 청부살해였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거도 확보했다고 25일 밝혔다.

 

필리핀 교민 피살사건의 공조수사를 위해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왼쪽)이 범행 현장에서 추가로 발견한 권총 탄피와 소총 실탄을 현지 경찰에게 전달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사진>

 

지난 21일 50대 교민 피살사건 공조수사를 위해 경찰이 필리핀에 급파한 수사팀 4명이 필리핀 바탕가스주 말바르시에 도착했으며, 현장에 도착한 수사팀은 막막했다.

 

필리핀 경찰은 사건 현장 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폐쇄회로(CC)TV의 화질도 알아보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필리핀 경찰이 수거한 탄피 등 다른 증거물로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수사팀은 필리핀 경찰이 훑고 지나간 현장을 다시 살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동환 총기분석실장은 목격자 진술에 나온 총기 발사 위치와 현장에 남은 잔류화약을 검사해 추가 단서 발견의 단초를 마련했다.

 

김 실장의 분석 등을 토대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김진수 경위는 필리핀 경찰이 찾지 못한 45구경 권총 탄피 2개와 22구경 소총 실탄 1개를 현장에서 발견했으며, 김 경위는 탄피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장갑 흔적을 새로 발견해냈다.

 

장갑 흔적은 용의자가 사용한 장갑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한국 경찰은 5년 전부터 장갑 흔적을 지문, 족적처럼 데이터베이스화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경찰 수사팀은 CCTV를 분석해 용의차량도 특정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CCTV의 화질은 20만~40만 화소 수준에 불과했는데, 시판 중인 스마트폰 카메라 화질이 1000만 화소를 넘는다는 점과 비교하면 CCTV에서 새로운 단서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김희정 행정관은 영상 보정과 분석을 통해 용의자들이 탄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사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용의자 차량과 유사한 다른 차종의 라디에이터 그릴, 유리창 곡선, 범퍼 모양까지 비교해 용의자 차종을 확인했다.

 

이어 김 행정관은 범행현장 인근 고속도로의 CCTV 영상 42시간분을 추가로 확보했고, 수사팀 전원이 밤을 새우며 매달린 끝에 용의자들이 현장에서 4㎞ 떨어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달아나는 장면을 발견했으며, 경찰은 차량번호가 식별되는 대로 자료를 필리핀 경찰에 넘길 예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이상경 경사는 목격자와 유족들에 대한 심층 면담과 증거물 분석을 통해 범인들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했으며, 이 경사는 필리핀 경찰이 단순 강도살인으로 본 것과 달리 이 사건이 계획적인 청부살인 가능성이 있다고 필리핀 경찰에 조언했다.

 

활동을 마친 수사팀은 25일 새벽 4시20분 귀국했는데, 한국과 필리핀을 오간 날을 제외하면 불과 사흘이라는 짧은 활동기간이었지만 이들은 축적된 노하우와 집요함으로 성과를 냈다.

 

경찰은 “앞으로 필리핀 교민 대상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수사 전문가를 파견해 ‘한국인 대상 범죄는 반드시 검거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밝혔다.